파라은영 2016. 7. 18. 14:25

새버릇

  차주일(1961~ )

 

추억하는 건 늙지 않기 위해서죠.

훗날 당신 돌아왔을 때

바로 나 알아볼 수 있도록

그 찰나를 위해 내 여생을 바치고 있죠.

바라보는 것만으로

당신 가둘 수 있었던 내 눈,

이제 깜박여야만 당신이 와요.

추억은 고통스러운 문장이지만

주인공이 사라지는 건

비극보다도 더 비극적이죠.

당신 모르겠군요.

하루에도 수백 번

눈 질끈 감는 새 버릇을요.

당신 쥣모습을 잡아둘 방법은

나를 빨리 늘게 하지만,

오늘도 눈 질끈 감고 당신 뒷모습을 외워요.

눈주름이 당신을 동여매고 있네요

내 눈물 쓸어주던 당신 손등도

내 표정을 쥐고 늙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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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2.화요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