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신문에서읽는詩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이잠

파라은영 2016. 6. 9. 09:57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 이잠(1969~)

 

기사 이미지

 

이렇게나 많은 새들이 내 몽상 속에서 살 줄이야

해 뜨는 동쪽에서 해 지는 서쪽 평원을 날아다니다

휘어진 내 팔뚝에 내려앉아 줄줄이 옆구리를 붙이고

 잠이 들 줄이야 잡풀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 뽀얀 알

들이 종알종알 꿈을 꾸고 있을 줄이야


새벽 창가에 날아와 곤두박질치려 하는 나의 일상을

흔들어 깨워 줄 줄이야 곪아 터진 내 심장에 부리를

디밀고 구더기를 발라내 줄 줄이야 흙 속으로 잠수하

는 발가락 사이 사이에 죽은 새들의 영혼이 깃들어

살 줄이야


바닥에 있을 때도 시인은 날개를 꿈꾼다. 너무 높게도 낮게도

 날지 말고 중간을 날아야 한다는 다이달로스(이카로스의 아

버지)의 주문은 시인에게 통하지 않는다. 추락을 두려워하지

는 상상력이 시의 힘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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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8.목요일.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