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15. 12. 11. 11:04
 

갈등 ―김광림(1929∼) 

빚 탄로가 난 아내를 데불고 
고속버스 
온천으로 간다 
십팔 년 만에 새삼 돌아보는 아내 
수척한 강산이여 

그동안 
내 자식들을 
등꽃처럼 매달아 놓고 
배배 꼬인 줄기 
까칠한 아내여  

헤어지자고 
나선 마음 위에 
덩굴처럼 얽혀드는 
아내의 손발 
싸늘한 인연이여 

허탕을 치면 
바라보라고 
하늘이 저기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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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금.동아일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