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15. 7. 8. 13:43

동막 갯벌

     시인 : 김원옥(1945~ )

 

송도 첨단 도시 만든다고 둑을 쌓아 놓은

그때부터

그대 오지 않았어요

 

하루에 두번 철썩철썩 다가와

내 몸 어루만져 주며

부드러운 살결 간직하게 해주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검게 타버렸네요

터지고 주름투성이가 되었네요

 

그때는 나도 무척 예뻐서

내가 좋아 찾아오는 사람 많았어요

난 너무 행복해서

쫑긋쫑긋 작은 입 배시시 웃으며

곰실곰실 속삭였어요

"어서 오세요

내게 있는 모든 것 다 드릴께요

바지락도 있고 모시조개도 있어요

게도 있고 낙지 다슬기도 있어요"

앞가슴 풀어헤치고 아낌없이 주었지요

 

연인들도 아암도 갯바위에

서로 어깨 맞대고 앉아

해내림을 보고 있으면

내 짭짜름한 냄새는

그들 어깨에 머물곤 했는데

이제는

오는 이 없네요

희망 가득 싣고 분주히 오가던

통통배

부서진 몇 조각 남아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지만

귀먹은 작업복들만 와서

짓밟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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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8 수 동아일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