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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 이진명
파라은영
2015. 6. 25. 09:48
[시가 있는 아침]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중앙/ 2015.06.25]
-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 이진명(1955~ )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와
또 하나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가
조그맣게 밤의 흰빛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 걸
밤의 흰빛이 실처럼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는 걸
거기에 가면 볼 수 있을까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와
또 하나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가
가만히 밤의 흰 빛을 손에 걸기 시작하는 걸
밤의 흰 빛이 발을 벗으며 저를 구부리기 시작하는 걸
사람은 제 안에 밤을 안고 산다. 인체 내부는 항상 어둡다. 우주 어둠과 인체의 어둠은 상호 조응한다. 어둠은 빛이 결핍된 결과다. 밤이 오면 이 결핍을 망막의 신경절 세포가 감지하고 뇌에 자극을 전달한다. 이 자극을 전달받은 뇌는 송과선(松科腺)에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우리가 밤을 차분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이 멜라토닌 때문이다. 밤이 와서 밤이 된 나무들! 나무들은 밤의 흰빛에 대해 말한다. 밤의 흰빛은 울고, 발을 벗으며 저를 구부린다. ‘밤의 흰빛’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시인은 ‘거기’ 가면 그것을 듣고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란 대체 어디일까? <장석주·시인>
출처 : 설지선 & 김수호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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