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15. 4. 3. 17:51

달걀

  고영(1966~ )

 

조금 더 착한 새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창을 닫았다.

어둠을 뒤집어쓴 채 생애라는 낯선 말을 되새김질

하며 살았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집은 조금씩 좁아졌다.

 

강해지기 위해 뭉쳐져야 했다.

물속에 가라앉은 태양이 다시 떠오를 때까지 있는

힘껏 외로움을 참아야 했다.

간혹 누군가 창을 두르릴 때마다 등이 가려웠지만,

 

房門을 연다고 다 訪問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위로가 되지 못하는 머리가 아팠다.

 

똑바로 누워 다리를 뻗었다.

사방이 열려 있었으나 나갈 마음은 없었다.

조금 더 착한 새가 되기 위해서

나는 아직 더 잠겨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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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3 금 동아일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