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15. 3. 18. 11:27

 

 그이 얼굴

   시 : 김연희(1981~ )

 

돈이 없어서 힘들었다

맛있는 거 못 사 먹고

기저귀도 못 사고

 

갑자기 똑 떨어지니 어떡해

이럴 줄 몰랐는데 어떡해

 

난 몰라

난 몰라

생기겠지

생기겠지?

 

저녁에 해지고

애들이랑 구루미* 끌고 온 그이 마중

문 앞에서 그이가 웃는다

그을린 얼굴엔 찌든 땀이 가득

 

돈 많이 벌었어

십만 원 가까이 벌었다

그래서 맛있는 거 먹고

기저귀도 사고

 

* 저자의 남편은 '구루부 구루마'를 끌고

홍대 앞을 다니며 음반과 책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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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7) 2015.3.18수

동아일보 오피니언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