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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家)에 대한 생각

파라은영 2013. 5. 13. 17:37

 

집(家)

 

주일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호수공원을 들렸다

모처럼의 여유 호수 주위를  한 바퀴 걸어보기로 했다

주차장을 지나 공원으로 가는 길에서 모델하우스가

오픈행사를 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한번 들어가 구경하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 서자마자 직원이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하라고 했지만  집을 먼저 구경하겠다고 했다.

"시내를 벗어나 대산방향에 산업도시가 건설되고 서울과 대전을

잇는 고속도로 아이시가 연결될 것이며 학교와 병원, 홈플러스가

입점을 하게되는 최상의 신도시가 형성될 것이다."  비젼을 말했다

층수와 방향만 다른 일괄34평형 아파트내부는 A,B,C형으로

이십년간 소형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내게는 집이 아니라

궁전같았다. 전체 화이트칼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적의 공학적

설계로 구성이 된 집이 아닌 궁궐이다.

 

아이들이 어릴적에는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으면 했는데

이제 성장하여 두 아이들이 객지로 나가고 없는 작은 집에는

단 두식구가 방 하나씩 차지하고 방마다 있는 TV로 체널때문에

싸울일도 없고 거실과 안방에 있는 컴퓨터로 서로 게임을 하겠다고

다툴일도 없다. 작고 불편하던 집이 이제는 넓고 크게 느껴지는 집이다

7개월된 아이를 등에 업고 분양 받아서 이사온 집 아들은 이제

군인이 되어 복무하고 있으니 이십년은 넘었다

손 때묻고 정 들은 집,  아이들에게는 고향같은 집

리모델링하여 새로 지은 집 같은데...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나는 밤마다  꿈을 꾸었다

 시골집  대문, 그 집을 들어가면 마루에 딸린 방,

지나서 또 방, 마루, 그리고 방이 있었다

그 방은 아늑하고 편안하여 누우면 잠이 잘 오곤 하였다.

그런 유형의 집과 방은 내가 살던 집의 모습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해 10월 중매하는 분의 권유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예의상 만남이라 어디에 사는지 묻지 않았다

그 후 그 사람 가족의 초청으로 난생 처음 도를 넘었다

삼국시대로 하면 신라에서 백제로 국제결혼을 하게 되던 날

시가 집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나는 너무 놀라웠다

이럴수가 꿈에 보던 그 집이랑 똑 같았다

그 후로 그 집을 꿈꾸지 않았다

 

내가 태어나고 열살까지 살았던 집이 생각 난다

디긋자형의 집인데 윗채는 부엌,안방,상방(건너방)

아랫체는 사랑방, 마굿간,디딜방앗간 있었다

맞은편에는 창고와 나락을 쌓아 놓던 곳간,

그 옆으로 소들의 쉼터인 거름 무더기가 있고

작은 행랑채는 농기구보관, 정랑(화장실) 있었다

대문이 없는 집 소여물간은 풀과 작두가 있었고

 아름드리 감나무가지가 늘어진 그늘 아래로

돗자리를 펴고 삼베을짜고 홀치기를 하던 아지매들

겨울엔 사랑방에 모여 짚으로 새끼를 꼬고

가마니도 짜고 빗자루도 만들었다

어느해 못 자리가 한창 일 때였다

논에 물이 차고 올챙이떼 꼬물거리고

밤마다 멍머구리 울음울던 모내기철

점심하느라 부엌에서 밥을 짓고 상방에 딸린

동솥에는 찌게를 끓였다  점심밥을 담아

논으로 가져가고  아이들은 아궁이에

남아있는 잔불에 감자를 묻었다

부지갱이로 다 익은 감자를 꺼내 먹으려고 불씨를

뒤적이다 불이 붙은 부지갱이를 짚 덤불에 꽂았다

그 순간 불은 화가 난 듯 마른 짚더미를 태우고

성이 안찼는지 창고와 곳간 지붕으로 옮겨 붙었다

나무와 흙, 돌과 짚으로 된 집은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장면을 철없이 구경하던 아이들

연기가 쏟아 오르자 동네어른들이 줄을 서서 양동이로

논물을 퍼다가 불을 꼈다 소방차가 뭔지 모르던 시절이었다

외딴 섬처럼 논 가운데 초가집 한채, 가시돋친 탱자나무

엄나무, 가죽나무,찔레나무가 우거져 숲울타리가

담이되고, 계절마다 피는 찔레꽃,감꽃,찔레순,가죽순,엄나무순

먹거리가 되었고, 울타리 사잇길은 아이들과 동물들의

아지트이기도 하였다

정랑 지붕위에 박이 열리고 사랑채옆에  깨진독에 오줌이

넘치고 있었다 장마철에는 아궁이앞에 구멍을 파면 맑은물

 가득 고여  세수도 하고 그릇도 씻었다.

비가 오면 빗물에 빨래를 하고,  짚이 썩은 지붕에서 핏물이

흘러 내렸다 할머니 돌아 가실때 피 흘렸나 하고 무서웠던 기억이...

 

 

 4학년이 되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 왔는데

논 가운데 섬 같던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집 앞에 우물이 있고 마당이 넓고, 뒤안에 대나숲이 정겨운

포도와 대추가 주렁주렁 열리는 다락이 있는 집

우리는 그 집을 옥희네 집이라고 불렀다

옥희네집은 마을 공동우물 바로 앞 집인데

옥희는 그 집 막내 딸이다 나 보다는 한 두살위 인 듯하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포도도 잘 따주던 착한 옥희네가

대구로 이사를 가면서 그 집을 우리아버지가 사신모양이다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외지를 가려면 그 집앞을 지나야했다

마을 한 가운데 넓고 반듯한 그 집으로 이사하여 

내가 결혼하고 그 집을 나올때까지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