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좋은 詩 감상

계단에 놓아둔 편지

파라은영 2012. 9. 13. 11:45

 

계단에 놓아둔 편지

        시인 : 윤영초

 

계단은

발걸음 소리를 듣고

누군가의 냄새를 기억하고

아품의 무게까지 느끼는

뒷모습을 기억한다

 

채우는 낮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계단위로 고여 있는 사연처럼

비워내는 밤이 오고

 

퍽퍽해진 마음으로

모르는 계단에서

한 계단씩 눈물을 닦아가는 것이라고

 

기별이 왔기에

계단위 발걸음 소리가

익숙해 졌는지 아니,

나에게 오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리운 사연 담아

계단에 앉아 편지를 썼다

 

그리고,

계단 위에 편지를 놓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