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좋은 詩 감상
하얀 목련, 그토록 그리웠던 해후 (邂逅) / (宵火)고은영
파라은영
2009. 3. 21. 20:18
하얀 목련, 그토록 그리웠던 해후 (邂逅) / (宵火)고은영
세상은 각박했고 잔인했다
꽁꽁 언 계절의 심연에서 겨울은
심화된 삶에 슬픔으로 출렁였다
더러 추운 가슴 위로 지나는 바람을 보며
덧댄 가난 속에도 눈물을 떨구던 나는
몇 방울의 눈물에 어른거리던
너를 절실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기다림은 한없이 길었고
애타는 그리움에 몸살을 앓았다
순수한 빛의 서막과 함께
꿈꾸던 나의 애창(愛唱)을 열고
이만 때 즈음이면 실종된 의식을 일으켜
나에게 와 줄 너와의 해후를 그리워했던 만큼
진실하고 유일한 모습으로
네가 하루속히 나에게 당도하기를
현재가 과거로 흘러가는 동시성 속에
너 나에게 왔는가
그 길고 지루했던 어둠과
산발한 바람의 통로를 거쳐 지금
햇살이 찬란한 이 광장에서 나는 너를 만난다
눈부신 얼굴의 수줍음, 황홀하도록 순결한 미소
나는 이 세기가 가기 전 사라질 운명이어도
너는 몇 천년인들 건너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이 시린 생애서
수십 번 세상의 바뀌어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내 품에 안긴 너의 충만한 사랑이
이토록 환한 미소로 내 영혼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