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08. 12. 16. 23:16

   우체국 창구에서

          은 희 영

 

겨울바다를 보려고 만리포를 갔다

인적없는 텅빈 바다에 파도는 그대로

속살까지 내 보이며 만리포 내사랑

돌비를 향하여 돌진하고 있다

검은띠 재앙을 맞은지 수년이 지난 지금

몸살을 앓으면서도 살아 나고자

인고의 고통으로  생명을 이어 간다

겨울새도 보이지 않고 인적도 없는

휑한 바람만 스치고 지나간다.

 민박집과 팬션을 한 바퀴 돌아도

아무도 만나지 못하였다.

친절한 식당 땡땡이아줌마 

쉬어가라며 따뜻한 차를 내주곤 했는데..

백합사를 오르는 골목 민박집 아지매

장사 안 된다고 주말에 내려온다나.

만리포 우체국 창구에서

서성거리다가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는

연하장을 만났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카드를 보내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고향으로

빼곡히 겨울바다의 추억을 그려 넣었다

우체국 창구에서 행복 한잔 마시며

나는 어설픈 시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