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좋은 詩 감상
그리운 옛집/김영남
파라은영
2008. 7. 21. 10:31
그리운 옛집
김영남
옛집은 누구에게나 다 있네. 있지 않으면 그곳으로 향하는 비포장 길이라도
남아 있네. 팽나무가 멀리까지 마중 나오고, 코스모스가 양옆으로 길게 도열해
있는 길. 그 길에는 다리, 개울, 언덕, 앵두나무 등이 연결되어 있어서 길을
잡아당기면 고구마 줄기처럼 이것들이 줄줄이 매달려 나오네.
문패는 허름하게 변해 있고, 울타리는 아주 초라하게 쓰러져 있어야만 옛집이
아름답게 보인다네. 거기에는 잔주름 같은 거미줄과 무성한 세월, 잡초들도 언
제나 제 목소리보다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이를 조용히 걷어내고 있으면
옛날이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인다네. 그 시절의 장독대, 창문, 뒤란, 웃음소리....
그러나 다시는 수리할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집. 눈이 내리면 더욱 그리워
지는 집. 그리운 옛집.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정동진역」으로 등단
윤동주문학상, 중앙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기획조정실에 근무
시집으로 <정동진역>, <모슬포 사랑>, <푸른 밤의 여로>
김영남
옛집은 누구에게나 다 있네. 있지 않으면 그곳으로 향하는 비포장 길이라도
남아 있네. 팽나무가 멀리까지 마중 나오고, 코스모스가 양옆으로 길게 도열해
있는 길. 그 길에는 다리, 개울, 언덕, 앵두나무 등이 연결되어 있어서 길을
잡아당기면 고구마 줄기처럼 이것들이 줄줄이 매달려 나오네.
문패는 허름하게 변해 있고, 울타리는 아주 초라하게 쓰러져 있어야만 옛집이
아름답게 보인다네. 거기에는 잔주름 같은 거미줄과 무성한 세월, 잡초들도 언
제나 제 목소리보다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이를 조용히 걷어내고 있으면
옛날이 훨씬 더 선명하게 보인다네. 그 시절의 장독대, 창문, 뒤란, 웃음소리....
그러나 다시는 수리할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집. 눈이 내리면 더욱 그리워
지는 집. 그리운 옛집.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정동진역」으로 등단
윤동주문학상, 중앙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기획조정실에 근무
시집으로 <정동진역>, <모슬포 사랑>, <푸른 밤의 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