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의 글/어느날의 단상

잃어버린 날의 꿈

파라은영 2008. 2. 16. 15:01

 

 작년 여름 그러니까 8월 어느날 장사를 마무리하고

 밤 9시경에 가게문을 닫는 중에 순간적으로 누군가가

내 가방을 들고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때 가방속에는 현금 사십만원이 들어 있었고

지갑속에는 각종 카드며 신분증, 증명사진

명함, 선물로 받은 꽃모양의 은반지,핸드폰

목걸이, 그리고 장사 마감하고 담은 잔돈주머니,

자동차키, 집열쇠, 상점의 열쇠 꾸러미들을

몽땅 잊어 버려 차를 운전 할 수도 없고 가게문을 닫을 수도 없고

당장 전화 할 수도 없어 이웃가게 전화로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각종 신용카드는 정지를 하고 핸드폰은 분실 신고를 했다.

오랫동안 잃어버린 아품때문에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미움과 막연한 분노가 내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미움을 몰아 내고 용서하게 해 달라고..

잊어버린 소지품을 찾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기도도 잊고

푸르름이 변하여 낙엽지고 눈내리는 겨울이 되어

신분증과 신용카드 재발급, 핸드폰 새로 구입했다.

만리포 바다 기름오염으로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자원봉사를 하며 가방은 이제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더 큰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앞에서 .. 

 

가방을 도난당하고 6개월이 지나갔다

신고를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 가방이 기적같이 내 손안으로 들어왔다

가방속 소지품도 그대로 이다

지갑 깊숙이 넣어둔 지폐도 약간의 곰팡내음을

풍기며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도둑은 가방입구에 있던 잔돈 주머니만 슬쩍하고

숲이 우거진 어느곳에 버리고 갔다

눈비 맞으며 주인을 기다리던 가방이

청소부 아저씨의 눈에 발견이 되어 내게 돌아 온 것이다 

분명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들으셨고

나를 악으로 부터 보호하실뿐 아니라

내 소지품 하나까지도 지켜 주심을

믿고보니 더 큰 감사가 밀려온다.

잃은 아품 찾는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만리포가 청정바다로 회복되고

어민들의 소망도 이루지는 날이 곧 오리라

믿으며 희망을 품고 다시 힘내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