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좋은 詩 감상
햇볕 따듯한 강에서
파라은영
2008. 2. 5. 18:04
햇볕 따듯한 강에서
-김성규
저에게 힘을 주세요 어머니, 이 진흙 속에서
조금 더 꿈틀거릴 힘을,
강가에 나와 물속으로 걸어갑니다
내 이름을 기억하는 물고기들이 마중나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해요 아저씨, 더러운 쓰레기라도
떠내려온 한척의 라면상자 강기슭에 멈춰선다
마디를 웅크렸다, 폈다
물뱀 한 마리가 온몸으로 늪을 건너고
물속에 또다른 길을 숨겨놓고 부글거리는 강의 마음에서
물고기들이 튀어오른다 묘기 부리듯
배를 뒤집고 오색 비늘을 보여준다
하나씩의 바늘을 몸에 심고 떠내려가는 물고기들
어머니, 저는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요,
내 자식아, 조금만 참아라,
곧 죽을 수 있다, 나는 네 에미다, 약속하마,
강태공들은 죽은 고기를 버리고,
쓰레기가 풀잎 사이에서 하늘을 보며 몸을 뒤튼다
상자에 실려 떠내려가는 쓰레기처럼
죽은 후에는 기다리는 배가 너무 많구나
약속도 없이 떠나는 강태공이여 내 앞에 찌 하나를 던져주세요
아들아 나에게도 미끼를 던져다오
너와 나누어 삼킬 바늘을 다오
엎질러진 물처럼 버둥거리고 싶다
누구도 늪으로 가려고 길을 떠나지는 않아요
햇볕 따듯한 강에서 돌멩이로 가슴을 친다
(창비, 2006 겨울)
-김성규
저에게 힘을 주세요 어머니, 이 진흙 속에서
조금 더 꿈틀거릴 힘을,
강가에 나와 물속으로 걸어갑니다
내 이름을 기억하는 물고기들이 마중나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해요 아저씨, 더러운 쓰레기라도
떠내려온 한척의 라면상자 강기슭에 멈춰선다
마디를 웅크렸다, 폈다
물뱀 한 마리가 온몸으로 늪을 건너고
물속에 또다른 길을 숨겨놓고 부글거리는 강의 마음에서
물고기들이 튀어오른다 묘기 부리듯
배를 뒤집고 오색 비늘을 보여준다
하나씩의 바늘을 몸에 심고 떠내려가는 물고기들
어머니, 저는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요,
내 자식아, 조금만 참아라,
곧 죽을 수 있다, 나는 네 에미다, 약속하마,
강태공들은 죽은 고기를 버리고,
쓰레기가 풀잎 사이에서 하늘을 보며 몸을 뒤튼다
상자에 실려 떠내려가는 쓰레기처럼
죽은 후에는 기다리는 배가 너무 많구나
약속도 없이 떠나는 강태공이여 내 앞에 찌 하나를 던져주세요
아들아 나에게도 미끼를 던져다오
너와 나누어 삼킬 바늘을 다오
엎질러진 물처럼 버둥거리고 싶다
누구도 늪으로 가려고 길을 떠나지는 않아요
햇볕 따듯한 강에서 돌멩이로 가슴을 친다
(창비, 2006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