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의 글/어느날의 단상

모항 항구를 가다

파라은영 2007. 12. 31. 14:59

 기름 범벅이 되버린 모항 항구의 모습

 

모항항구를 가다

 

아름답던 모항항구가 기름범벅이 되었다

바닷가 식당들과 모텔 민박들은 "무기한 영업을 휴업한다."는 글씨가 

붙어 있고 주인들은 모두 방제작업에 동원되어 빈집뿐이다

항구에 들어서니 해경들과 군인들을 태운 차량들로 가득하다

의료봉사를 나온 보건진료소 소장님을 찾아야 하는데..

자원봉사자들과 차량들로 항구는 발디딜 틈도 없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대통령 당선자께서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있기도 한데 언제 어디에 몇시에 오는지는 모른다

전화로 친구가 있는곳의 위치를 파악했다

반대편 방파제 근처에서 천막을 치고 모항 부녀회에서

자원 봉사자들에게 커피와 라면을 대접하고 있고

보건소장님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다

방파제 위에서 멀리 바라보니 해경들이 배로

바다에 유화제를 뿌리고 있고, 사람들은 방제복을 입고

바위와 돌틈 사이에 붙어 기름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보니  뽕잎에 붙은 누에들 같았다

나는 부녀회를 도와서 커피와 생강차를 끓이고

컵 라면을 뜯어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물을 부어 주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기름을 닦는 동안

 부녀회가 끓여준 떡국을 종이컵에 대충 먹어 치우고

2시부터 서서히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3시가 되면서 바다는 빠르게 육지를 향하여 차오르고

사람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천막으로 몰려 들었다

뜨거운 커피와 생강차 약간의 귤과 빵을 준비했다

멀리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단체로 온 사람들..

멋있게 단체복으로 쪼끼까지 맞추어 입고 등에는

어느기관이란 글씨도 씌어 있다

그들은 2시경에 도착하여 3시경에 돌아갔다

부녀회에서 자비로 준비한 간식은 금방 동이 났다.

아쉬운 것은 그들이 봉사하러 왔다면 이곳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좀더 일찍 출발하여 기름제거에 동참하고

자기들이 먹을 간식들을 준비해 왔다면 좋았을것을...

현장에서 긴급 필요한 것은 커피, 녹차, 생강차, 종이컵, 컵라면, 빵과 귤

부탄까스, 화장지,면종류의 헌옷,마스크, 장화,면장갑,비상약(감기약,

두통약,상처치료약,화상연고,) 등이다.

현지 주민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우리의 자연 생태계가 살아 날때까지

바다와 함께 할 것이다  

4시가 되자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그리고 모항, 파도리 어은돌에서

한꺼번에 빠져 나거려는 차량들로 도로는 주차장이 되버렸다

시간을 조금식 늦추어 여유있게 움직인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