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07. 11. 30. 16:31
산 책
시인 : 김 선 희
낭송자 :은 희 영
찻길을 건너면서 플라타너스 단풍잎을 한 장 주웠다
크고 날카롭게 우주를 겨냥하던 잎사귀다
도도한 푸른빛이 눈에 시렸던 줄기 위에
무한한 공간이 펼쳐져 있고 우리들 미래를 내다보는
영원이라는 것들의 이름도 함께 머물러 있다
플라타너스 단풍잎을 손수건 한 장처럼 접어서
점퍼 포켓에 넣고 햇빛 가득한 공원을 걷는다
벚나무 단풍잎도 줍고 느티나무 잎사귀도 주웠다
그들도 이만큼 하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흔들리다가
예쁘게 오린 색종이 같은 시간들을 마구 흩뿌렸다
햇살 뜨거웠던 한낮과 별빛 흐르던 밤의 내력을
모두 추적할 수는 없다 다만 비늘 한 장을 손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잠자는 날들의 어떤 기쁨과 색채와
타오르던 꿈을 가만히 생각한다.
(시집 『달빛 그릇』전망)
김선희: 1991년《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고호의 해바라기』, 『꿈꾸는 실크로드』, 『세상의 나무』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