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마을/내가 쓴 詩

아이가 되어 버린 할아버지

파라은영 2007. 10. 18. 13:59

아이가 되어 버린 할아버지

  

                          은희영

 

한 부부가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바다가 보이는  보건진료소로

독감예방 접종을 하러 왔다

할아버지는 아이처럼 하얀피부에

겁 먹은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차트를 보니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닌 듯 한데

 "아버지 나 주사 맞게 돈 좀 주세요?

사십먹은 아들의 장난에 아버지는

" 나 돈 없어 형님이 그려서 써~어

,아버지 돈 좀 그려 주세요,

나 바빠서 못 그려 형님이 그려서 써

옆에 서 있는 며느리

 "아버님! 집이 어디세요?"

"우리 집  하늘 아래지!"

며느리는 "시를 쓰신다."고 웃는다

할아버지의 부인은 해녀였다

바다 깊은곳에 있는 전복을 따다가

파도에 휩쓸려 하늘나라로 갔다

할아버지의 바다에는 그리움과 아품이 있다

미워할 수 없는 바다를 떠날 수도 없어

차라리 아이되어 할머니 꿈꾸며 

바다가 보이는 하늘아래 그 집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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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가을 충남 태안군 모항리에 있는 보건진료소에 독감예방접종이

있는 날이었다. 예방접종을 하기전에 문진하는 일을 자원봉사하면서 

,어은돌'에 사는 젊은 부부가 치매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독감예방접종을

하러 왔다가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쓴 글이다.

                                    2007년에  은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