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은영 2007. 3. 10. 14:08
제목 :  높이뛰기
                   높이뛰기

                          이 상 개


절망의 벽을 뛰어넘어
푸른 바람의 광채를 이끌고
높이 더 높이 날기 위하여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폭발시킨다.
깊이나 높이를 가늠하지 않는
저 푸른 공간의 비상을 꿈꾸며
한 마리 새라도 되고픈
집념의 불꽃은 뜨겁지만
가볍게 나는 새는 울지 않는다
다만 온몸으로 날고 있을 뿐.
지상에 남아있는 몸짓의 그림자는
아무리 높이 뛰어도 날지 않는다.
그러나 보라,
막막한 그림자의 슬픔을 털기 위하여
환호와 함성의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치솟는 저 몸뚱이를.
                         -시집『파도꽃잎』작가마을


이상개: 1941년 일본 고베 출생.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만남을 위하여』, 『소금을 뿌리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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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무수한 새 출발의 기회가 주어져 있다. 짧게는 매시간, 밤과 낮, 하루가 있고, 길게는 한 달, 한 계절, 1년, 10년 등의 시간적 전환이 있다. 하나의 일을 매듭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거처나 직장을 옮길 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 경험하는  새 출발의 기회도 있다. 그것들은 분명 우리를 위해 부여된 새로운 전환점이지만 무기력한 타성으로 그 기회를 놓치기 쉽다. 이제 다시 떠오른 새날을 향해 우리 다시 혼신의 힘으로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처럼 훌쩍 훌쩍 뛰어 오르기로 하자. (최영철